
'어른'이 되어 살아가며 가장 자주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면, 아마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배워가며 조금씩 계산적인 게 되고, 상처받지 않으려 방어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아홉 살 인생은 물었다. "언제부터 세상을 믿지 않게 되었냐고?'
위기철 작가의 아홉 살 인생은 단순히 어린아이의 성장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간이 처음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느끼는 불공평함, 슬픔, 그리고 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따스함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홉 살 소년 '백여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내용은, 어린 시절이 감정을
빌려 어근의 삶을 비추는 거울 치료법 책이 아닐까 싶다.
순수함의 무게
아홉 살,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면서도 잔인한 나이. 그 나이의 아이는 이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이 책의 주인공 백여민이 바로
그런 아이였다. 여민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학교에서는 교사의 불공정한 태도와 친구들의 미묘한
서열을 목격하기도 했다. 어른들은 늘 ‘정의롭게 살아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은 불공평한 세상을 그대
로 두었다. 여민은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묻기도 했다. “왜 어른들은 그렇게 말과 행동이 다를까?”
그 질문은 단순히 어른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니었다. 그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는 혼란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모두 한때 ‘아홉 살의 여민’이었던 때가 있었다.
세상을 처음 의심하면서도, 그럼에도 ‘선함’을 놓지 못했던 시절이 말이다.
그 시절의 감정을 이 책은 너무나 정직하게, 너무나 다정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상처와 배움의 시간
『아홉 살 인생』의 진짜 매력은 여민이 겪는 상처를 통해 보여주는 ‘성장의 결’이었다. 아이가 겪는
고통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가난이라는 사회적 현실, 친구의 죽음이라는 감정적 상실, 그리고 어른들의 위선
이라는 냉혹한 진실. 이 모든 것은 어린 소년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파하면서도 배웠다.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우리가 어른이 되어 다시 붙잡아야 할 진실을 전달해 주었다.
슬픔은 아이에게서 순수를 빼앗지 못했다.
오히려 그 순수함이 여민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말았다.
그는 친구를 잃은 뒤에도, 그 슬픔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웠을 것이다.
그 배움은 교과서에 없는, 인생이 직접 가르치는 첫 번째 철학인 셈이 된 것이다.
작가 위기철은 여민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여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설명보다 강한 진심이 있었다.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첫 마음’, 즉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의 본심이 아닌가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이 책을 어릴 때 읽을 때와,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을 때의 감정은 완전히 달랐다. 어릴 때는 여민이 ‘나’ 같고,
어른이 되어서는 여민을 ‘지켜보고 있는 나 자신’ 같았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가 누군가의 아홉 살
인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쳐온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책 속의 어른들은 대부분 현실에 타협한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아이에게 ‘바르게 살아라’고 말하지만, 그 바름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 그 모순은
아이의 눈에도 선명하다. 그리고 그 부조리함이, 어린 여민을 한층 더 깊은 사색으로 이끌었다.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단지 어린 주인공이 철들어가는 과정을 그려서가 아닐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를 향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어른으로 살고 있나요?”
그 물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매일의 삶 속에서 누군가의 순수를 짓밟고 있지는 않은가,
그저 효율과 이익만을 따지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를 돌아보게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직 세상이 다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볼 만한 세상이다.”
그 문장은 단순한 소년의 독백이 아니었다.
그건 모든 세대에게 던지는 인간적 선언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여전히 ‘사람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학이 주는 위로
『아홉 살 인생』이 특별한 이유는,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절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세상은 냉소와
체념으로 가득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시대에도 여전히 따뜻함을 말해 주고 있다. “세상이 잔인하다고 해서,
나까지 잔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 문장은 책 전체의 정수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지 아이의 성장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다. ‘착하게 산다는 것’이 단순한 도덕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용기임을 보여주었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 한편이 먹먹해졌다. 그건 단지 슬퍼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어릴 적 품었던
‘착함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어른이 되어 잊었던 무언가를 되찾게 만든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잃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을 품은 채 세상을 살아가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결론 – 여전히 아홉 살로 살아가는 법
『아홉 살 인생』은 나이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묻는 작품이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인생은 결국 아홉 살에서 시작된다.”
이 말은 단지 성장의 은유가 아니다.
그건 ‘모든 사람 안에는 여전히 아홉 살의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그 마음만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여민처럼 순수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착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은 지킬 수 있다.
그 마음이야말로 진짜 어른의 품위다.
그리고 그것이 『아홉 살 인생』이 지금도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