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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긴 연휴, 치킨 한 마리에서 피어난 부모의 마음이 건네는 생명의 본질

by bijudreamlog0409 2026. 10. 10.

머리말: 길어지는 연휴와 지갑 걱정, 그리고 멈추지 않는 아이들의 식욕

유독 길게 느껴지는 연휴가 시작되면 부모들의 마음은 한편으로는 여유롭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깊은 한숨이 섞이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모처럼 찾아온 휴일에 밖으로 나가 신나게 뛰어놀며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그만큼 돌아오는 것은 감당하기 버거운 식비와 간식비 고지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라 잘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지만, 그렇다고 "먹는 것을 줄이자"거나 "그만 먹으라"라고 타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사줄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그러나 매달 빠듯한 살림살이에 맞춰 팍팍하게 살아가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먹는 것까지 제한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이 밀려온다. 어릴 적에는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온 가족이 충분히 먹고도 남았지만, 이제 아이들이 훌쩍 자라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들 둘이서 치킨 한 마리를 먹어치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고, 이제는 한 마리만 시키면 턱없이 부족하다. 겨우 두 마리를 시켜야 겨우 양이 맞는데, 이마저도 닭다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두세 조각 맛만 볼 뿐이다. 정작 나는 치킨을 입에 대지 않는다. 치킨 박스가 열려도 곁들여 나오는 치킨무를 두세 개 집어먹는 것이 전부다. 내가 치킨을 먹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식성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 부모의 마음 그 자체였다.

나의 경험: 치킨 살을 발라주다 문득 떠오른 아버지의 뒷모습

며칠 전, 또다시 아이들을 위해 치킨을 주문했다.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이 도착하자마자 나는 자리에 앉아 아이들이 먹기 편하도록 일일이 살을 발라주기 바빴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살코기를 젓가락으로 발라 아이들의 접시 위에 얹어주던 그 순간, 둘째 아이가 뜬금없이 물었다.

"엄마는 왜 치킨 안 먹어?"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엄마는 치킨 싫어해. 너희 많이 먹어."

아이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싫어하지?"라며 갸웃거렸다. 그 대답을 내뱉는 순간, 불현듯 오래전에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 우리 집 밥상에는 고등어구이나 갈치조림이 자주 올랐다. 그때 아버지는 언제나 짭조름하고 통통한 생선 살을 발라내어 우리들의 밥숟가락 위에 올려주셨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뼈에 붙은 살점이나 바삭한 껍질만 겨우 드셨다. 어린 시절의 나는 아버지가 정말로 생선 살보다 뼈나 껍질을 더 좋아하시는 줄로만 알았다.

아버지께서는 늘 입버릇처럼 "먹는 것 가지고 다투지 마라, 콩 한 알도 없을 때는 나눠 먹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오늘날 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입에 달고 사는 말과 정확히 겹쳐졌다. 요즘 내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역시 이것이다.

"모자랄수록 서로 나눠 먹어라. 욕심부리지 마라. 엄마가 또 해줄 테니까."

이제야 비로소 내가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살림을 꾸려가고 보니, 아버지가 왜 밥상머리에서 당신 몫의 생선 살을 포기하고 뼈와 껍질만 드셨는지 그 깊은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자식을 향한 내리사랑은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어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대물림되는 모양이다.

책 속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말하는 생명의 본질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몫을 기꺼이 포기하는 이 눈물겨운 희생과 내리사랑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얼마 전 우연히 다시 읽게 된 리처드 도킨스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는 이 오랜 의문에 대해 고전적인 생물학적 접근을 넘어서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

《이기적 유전자》 핵심 요약 및 줄거리

이 책은 인간이 유전자 보존을 위해 설계된 유기체라는 냉엄한 진화적 사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희생 속에 감춰진 놀라운 자연의 생존 법칙을 파헤친다. 나아가 인간은 단순히 본능대로만 움직이는 동물과 달리, 의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도킨스는 생명체가 단순히 우연히 존재하고 스러지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정교하게 이어진 생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숭고한 희생'이라고 부르는 부모의 내리사랑조차도 실제로는 다음 세대로 생명의 연속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빚어진 자연의 깊은 지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간만의 독특한 정신적 유산과 가치관이 어떻게 이 생물학적 본능을 뛰어넘어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이타심으로 확장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나의 생각과 통찰: 생물학적 본능을 넘어선 부모의 사랑과 독서의 가치

유전자의 본능과 부모의 희생이 만나는 지점

《이기적 유전자》의 시각을 빌려오자면, 내가 아이들에게 치킨 살을 양보하고 아버지가 내게 생선 살을 발라주셨던 행동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차가운 자연의 법칙으로 설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 공식이나 생물학적 기전이라는 차가운 언어로 이 모든 사랑을 단정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온기와 진심이 우리네 삶에는 존재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심어준 본능의 씨앗은 단순히 기계적인 생존 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따뜻한 연민과 책임감, 그리고 내리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다.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는 모습만으로 배가 부르고 마음이 차오르는 부모의 감정은, 계산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도덕성과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증거다.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이러한 맥락에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명확하다. 음식이 부족할 때 서로 양보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며, 모자랄수록 더불어 나누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단순히 식사 예절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심어주는 일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지식을 쌓아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독서는 단순히 눈앞의 스펙이나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랑의 의미를 자식에게 깊이 있게 대물림하는 지혜의 통로가 된다.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생명의 위대함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매일의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맺음말: 팍팍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내리사랑

치킨 한 마리를 두고 벌어지는 소소한 풍경과, 생명의 본질을 다룬 과학 책 한 권은 겉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살코기를 발라주던 나의 손길과, 자식을 위해 기꺼이 뼈와 껍질을 택하셨던 아버지의 옛 기억, 그리고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사유는 결국 하나의 커다란 줄기로 이어진다.

비록 살림은 여전히 빠듯하고, 연휴가 끝난 뒤의 고지서가 벌써부터 걱정 앞을 가로막지만,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그 속에서 대물림되는 사랑의 온기만 있다면 우리는 이 팍팍한 세상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나는 목요일 저녁 모임 장소가 치킨집이어서 그때 실컷 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