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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글쓰기와 달리기의 서사적 평행선

by bijudreamlog0409 2026. 8. 18.

p126페이지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무라카미 하루키 박비주쓰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1982년, 재즈바 운영을 접고 전업 작가로 뛰어들면서 한 가지 큰 벽에 부딪혔다.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종일 글만 쓰다 보니 살이 찌고 집중력이 뚝뚝 떨어진 것이다. 글을 오래 쓰려면 정신력만으로는 안 되고, 이를 버텨줄 '몸의 체력'이 필수라는 걸 깨달은 그는 그날부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단순히 가볍게 읽는 러닝 에세이나 위인전이 아니다. 하루키가 매일 10킬로미터씩, 일주일에 엿새를 뛰며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심지어 철인 3종 경기까지 완주해 낸 기록이다. 그 속에서 그가 어떻게 '작가로 살아남는 법'과 '나를 다스리는 철학'을 다져왔는지 엿볼 수 있다.

하루키의 달리기가 어떻게 그의 글과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매일 헉헉대며 달리는 그 단순한 행동이 우리 삶에 어떤 단단한 규칙을 만들어주는지 내 생각과 엮어 적어보려 한다.

1. 소설가에게 진짜 필요한 것: 재능보다 집중력과 지속성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재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재능이라는 건 내 맘대로 꺼내고 접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천재적이어도 그걸 태워줄 불쏘시개가 없으면 도루아미타불이다. 그래서 하루키는 재능보다 훨씬 더 중요한,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두 가지 자질로 '집중력'과 '지속성'을 꼽는다.

  • 집중력: 가진 재능을 필요한 순간에 싹 모아 한 곳에 쏟아붓는 힘이다. 하루키에게는 매일 아침 책상 앞에 앉아 서너 시간 동안 오롯이 글에만 코를 박고 파고드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 지속성: 그 집중 상태를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 몇 년 동안 묵묵히 끌고 가는 끈기다. 하루키는 이 지속성을 붙들어 매기 위해 매일 달리는 방식을 택했다.

달리기는 단순히 심폐 기능을 키우는 육체운동이 아니다. 하루키에게는 "집중력과 지속성을 내 몸에 훈련시키는 매일의 의식"에 가깝다. 장편 소설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끝까지 끌고 가기 위해, 그의 몸속에 '체력의 저수지'를 파는 작업이었던 셈이다.

2.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던 가장 유명한 구절이 있다. 하루키가 마라톤 훈련을 하며 숨이 턱 끝까지 찰 때마다 되뇌는 말이다.

박비주 옮겨 쓰다.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달리다 보면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숨은 턱을 넘어 목구멍까지 차오르며,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이 온다. 이건 육신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물리적인 '통증'이다. 하지만 이 아픔을 겪으며 "아이고 죽겠네, 당장 때려치워야지" 하고 좌절할지, 아니면 "힘들긴 해도 내가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고른 길이야" 하고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내 마음에 달렸다.

작가는 이 이치를 글 쓰는 데도 그대로 가져온다. 긴 장편 소설을 쓰는 일은 외롭고 캄캄하며, 턱턱 막히는 아픔을 준다. 그렇다고 그 아픔 때문에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이 또한 지나가야 할 당연한 과정으로 묵묵히 품고 나아갈 것인가. 결국 내가 선택한 짐을 기꺼이 짊어지는 법을 배우는 수련인 셈이다.

3.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

마라톤은 남들보다 빨리 결승선 테이프를 끊는 싸움이 아니다. 하루키도 다른 러너들보다 내가 더 빠른지 느린지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라톤의 진짜 알맹이는 '어제의 나보다 1초라도 더 나아졌는가', 혹은 '내가 정해둔 선을 지켜냈는가'에 있다.

  • 남과의 비교 끊기: 남을 이기려고 뛰면 운동은 금세 지독한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내 한계를 한 뼘씩 넓히려고 뛸 때, 달리기는 비로소 나를 키워주는 도구가 된다.
  • 묘비명에 새기고 싶은 말: 하루키는 나중에 자신의 비석에 이런 문장이 박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작가이자 러너. 적어도 끝가지 걷지는 않았다."

 

빨리 가느냐 늦게 가느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엉망진창이어도 멈춰 서서 걷지 않고, 내 두 발로 끝까지 완주했다는 사실. 그게 바로 하루키가 세상을 대하고 글을 대하는 단단한 줏대다.

4. 100km 울트라마라톤: 한계를 넘어 만난 진짜 나

책 속에서 가장 숨이 턱 막히면서도 인상 깊었던 대목은 사로마호에서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기억이다. 하루 종일, 열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다리를 굴려야 하는 극한의 레이스에서 그는 몸이 완전히 부서지는 경험을 한다.

오십 킬로미터를 넘어가면 몸은 감각을 잃고 의지도 희미해진다. 그런데 칠십 킬로미터 선을 훌쩍 넘기자 이상한 해탈의 경지가 찾아온다. 내가 달리는 게 아니라, '달리는 그 상태'와 내가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묘한 몰입의 순간을 맛본다.

결론: 매일 운동화 끈을 묶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순히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무용담이 아니다.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좋은 결과물을 내며,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묵직한 지침서다. 타고난 재능만 믿고 까불다가는 금방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루키가 몸소 보여주었듯, 오래 버티려면 나만의 규칙을 만들고, 매일 내 몸과 마음을 정돈하며, 남들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내 속도'를 지키는 일상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 복잡한 생각은 내려두고 운동화 끈을 질끈 묶은 채 밖으로 나서는 그 작은 행동이 내 하루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남과 비교하며 애태우기보다, 오늘 하루도 묵묵히 나만의 길을 달리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