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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루시 쿡 《암컷들》 우리가 몰랐던 동물계 암컷의 진짜 성향은?

by bijudreamlog0409 2026. 9. 19.

암컷들(루시 쿡)

우리는 은근히 그런 편견을 갖고 사는 것 같다. 여자는 좀 이래야 하고, 엄마라면 모성애가 당연히 이래야 한다는 식의 무언의 틀 말이다. 나 역시 은연중에 "원래 여자의 본능은 그렇지 뭐"라며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문득 그런 답답함이 밀려와서 집어 들게 된 책이 바로 동물학자 루시 쿡의 저서 《암컷들》이다. 오랜 세월 과학계와 대중이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당연시해 온 암컷에 대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도발적인 과학 에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내 뒤통수를 세게 때린 파트가 있었으니, 바로 7장 〈계집 대 계집 : 암컷의 싸움〉이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자연의 실제 사실들과, 그 속에서 얻은 나의 깨달음을 함께 정리해 본다.

7장 계집대 계집

1. 싸움과 경쟁은 수컷들만의 전유물일까? (토피영양의 진실)

우리가 보통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렇잖나. 뿔을 부딪치며 피를 흘리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늘 수컷들이고, 암컷들은 그저 뒤에서 조용히 승자를 기다리는 순한 방관자처럼 그려진다.

그런데 7장에 소개된 토피영양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수컷을 차지하려고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우는 주체가 다름 아닌 암컷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유전자를 갖겠다고 잔뜩 무장한 채 서로를 밀어내며 씨름판을 벌이는 건 다름 아닌 암컷들 자신이다. 그동안 과학계가 "암컷은 얌전히 선택을 기다린다"는 확증편향에 갇혀 이러한 객관적 데이터를 무시해 왔던 것이다. 자연 속에서 암컷은 그냥 구경꾼이 아니라 아주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투사였다.

2. 권력 싸움과 독재는 수컷들만 하는 게 아니었다 (알파 암탉과 여왕들)

보통 권력 다툼이나 서열 싸움 하면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생각하기 쉽다. 암컷들은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갈등을 싫어할 거라고 믿고 싶어 한달까?

하지만 책이 전하는 생태계의 정보는 명확하다. 동물의 세계에서 무리를 쥐락펴락하며 독재자로 군림하는 건 오히려 '암컷'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닭장 안에서 살벌하게 서열을 정리하는 '알파 암탉'부터 시작해서, 자기 무리의 번식을 독점하려고 경쟁자 새끼까지 가차 없이 없애버리는 미어캣 여왕, 그리고 벌거숭이두더지쥐 여왕의 세계가 대표적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묘하게 뜨끔해졌다. 우리 사회도 은근히 "여자들이 모이면 시기 질투만 한다"라거나 "조용히 양보해야 한다"는 편협한 프레임을 씌우곤 하는데, 자연계의 암컷들은 생존을 위해 대담하게 연대하고 무자비할 정도로 주체적이었다. '암컷은 원래 온순하다'는 건 생물학적 진실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좁은 프레임에 불과했던 것이다.

3. 정숙함과 모성애는 과연 본능이기만 할까? (생물학적 전략)

인간 사회는 오랫동안 암컷은 늘 자식을 품는 데만 헌신하고, 성적으로도 정숙해야 한다는 일종의 '성모마리아 프레임'을 주입해 왔다.

하지만 루시 쿡이 추적한 과학적 사실들은 모성애와 성역할이 단순한 미덕이 아님을 보여준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암컷들은 필요에 따라 여러 수컷과 교미하며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암사자처럼 말이다), 자기 새끼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전략을 동원한다. 즉, 모성애 역시 무조건적인 성스러운 본능이라기보다는, 그 동물이 처한 생태적 환경과 호르몬에 따라 아주 입체적이고 전략적으로 작동하는 생존 방식을 뜻한다.

💡 글을 덮으며: 내가 만든 프레임을 돌아보며

우리가 그동안 '본능'이라며 당연하게 믿어왔던 여성성이나 암컷의 성향은, 알고 보니 과거 남성 중심적 시선을 가진 과학자들의 편향이 만들어낸 좁은 틀에 불과했다.

자연 속의 암컷들은 얌전하기는커녕 치열하게 경쟁하고, 권력을 쥐며, 악착같이 살아남는 멋진 주체들이었다. 인간 사회가 은근히 강요해 온 "착하고 얌전해야 한다"는 틀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책을 통해 묵직한 한 방을 얻은 기분이다.

세상의 편견을 깨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깊은 지적 쾌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 여러분은 혹시 '본능'이나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씌웠던 좁은 프레임이 혹시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