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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문형배 《호의에 대하여》 - 각박한 세상, 진짜 '호의'를 묻다

by bijudreamlog0409 2026. 9. 18.

최근에 가까운 지인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기에,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자 진심 어린 조언과 함께 작은 선물을 건넨 적이 있다. "이렇게 하면 훨씬 수월할 거야"라며 건넨 말이었는데, 돌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싸늘함이었다. 지인은 부담스러웠는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나의 '호의'가 누군가에게는 묵직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이만큼 생각해서 해준 건데 왜 저런 반응이지?" 하는 서운함이 올라오려다 문득 부끄러워졌다. '호의'란 게 참 아이러니하다. 순수한 마음으로 건넨 선의가 때로는 오해를 낳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의 친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조차 왠지 득실을 따지며 경계하게 되는 각박한 세상이니까. 우리는 타인에게 과연 얼마나 순수한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1. TV 속에서 만난 문형배 작가, 그리고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사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TV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본 문형배 작가의 모습 때문이었다. 판사라는 거창한 권력의 자리,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엘리트의 차가운 시선이 그에게는 전혀 없었다. 내가 그의 모습에 내심 매료되고 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 권위를 내려놓은 소탈함과 자발적 낮춤: 방송 속 그는 자신의 지위나 경력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를 낮추고 타인의 작은 목소리에 눈을 맞추는 법을 알고 있었다. "편견과 독선에 빠지지 않으려 매 순간 경계한다"는 그의 고백은, 정답만을 강요받고 타인보다 앞서야만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주었다.
  • 상처받은 이들을 품어주는 '따뜻한 온기': 수많은 갈등과 인간 군상의 밑바닥을 마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어에는 비난이나 뾰족한 날이 아니라 깊은 이해와 연민이 묻어났다. 요즘처럼 남을 향해 경계심을 세우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의 진솔하고 따뜻한 태도는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단비 같았다. 권위 뒤에 숨지 않고 보통의 삶을 지키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모습. 그 묵직한 진정성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2. 책 속 문장과 나의 깨달음

책장을 넘기며 특히 나의 마음을 멈춰 서게 만든 두 가지 대목이 있었다.

박비주쓰다

"우리가 베푸는 호의가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만큼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나 '보상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거친 세상을 버텨내느라 지쳐 있는 나 자신에게 먼저 관대하고 다정한 호의를 베푸는 일이다."

이 구절들을 읽는 순간, 며칠 전 지인과의 일화에서 느꼈던 섭섭함이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나는 과연 순수한 선의로 호의를 베풀었던가? 어쩌면 내 딴에는 친절이라 포장하며 은근한 '보상 심리'나 내 만족을 채우려 했던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되었다.

작가는 호의란 거대한 희생이나 대단한 전략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작은 성찰과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비단 타인에게 건네는 친절뿐만 아니라, 매일 바쁘게 달리느라 상처 입고 지친 '나 자신'에게 건네는 무언의 위로 역시 진정한 의미의 호의가 아닐까. 책을 덮으며, 남을 향해 곧추세웠던 경계의 심지를 내 자신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바꿔야겠다는 깨달음이 밀려왔다.

3. 결론: 나만의 한 줄 정의와 여운

  • 나만의 한 줄 정의: 문형배의 《호의에 대하여》는 각박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이성과 온기를 동시에 건네는 마음의 처방전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저녁에는 나 자신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는 작은 호의를 선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