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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변화의 시대, 왜 우리는 '기본'을 주목해야 할까?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서평

by bijudreamlog0409 2026. 9. 25.

박비주쓰다.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며칠 전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을 읽고 서 너무 흥미로워서 관련 책을 찾아보았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봐 본 글귀,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책이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른, 하루가 멀다 하고 주변 환경이 바뀌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쏟아지는 신기술과 눈코 뜰 새 없이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하며, 이 변화 속에서 과연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급함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tvN 《알쓸신잡》 등을 통해 다정한 과학의 언어를 건네주던 김상욱 교수의 신간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동아시아)를 만났다. 저자는 변화를 쫓아가느라 허덕이는 우리에게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변화를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면,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부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물리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단순히 우주의 법칙을 밝히는 데 있지 않다. 교수님이 물리학을 깊이 사랑하는 이유 역시 원자나 에너지를 탐구하는 재미를 넘어, 그 거대한 이치 속에서 '인간이 처한 조건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마치 철학이 인문학의 뼈대가 되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듯, 물리학은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읽어낸 자연의 이치와 삶의 성찰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대의 행복 기준 변화부터 코로나 이후 우리가 마주한 현실, 그리고 요동치는 시대 속에서 붙잡아야 할 진짜 '기본'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1. 물리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읽다: 변하지 않는 기본 찾기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인터뷰 때마다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무엇이 바뀔까요?"

하지만  그보다 훨씬 본질적인 질문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

물리학에서 가장 철칙으로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에너지가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다. 

이 지점에서 힌트를 얻는다. 당장 내일의 초기 조건조차 알 수 없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혼돈의 세상 속에서도, 끝내 변하지 않는 물리량이 존재하듯 우리 삶이나 인간 사회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실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눈부신 기술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 믿지만, 사실 인간의 본성과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속성은 수천 년 전 조상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매일같이 몰아치는 변화의 파도에 눈을 감고 피곤해하기보다, 이미 우리 곁에 묵묵히 존재하고 있어 찾기 훨씬 쉬운 '변하지 않는 것들'을 먼저 들여다보는 편이 훨씬 지혜롭지 않을까.

2. 시대의 변화: 과거와 현대의 행복 기준

과거와 현대의 행복의 기준은 급변하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가 '외부의 성취와 생존'에 집중되었다면, 현대는 '내면의 안녕과 주도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 과거의 행복 기준 (생존과 외형적 성취):
    •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 그리고 좋은 학교나 대기업 취업, 번듯한 집과 자동차 등 남들이 부러워하는 뚜렷한 외형적 지표가 절대적인 척도였다.
    •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거대한 조직이나 사회적 규범 안에 안정적으로 소속되는 것이 곧 성공이자 행복이었다.
  • 현대의 행복 기준 (내면의 평온과 주도성):
    •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보다, 퇴근 이후의 삶과 주말을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취미나 휴식에 쓰며 시간의 주도권을 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긴다.
    • 거창한 성공보다는 마음의 평온, 그리고 일상 속 작은 성취나 소소한 기쁨(소확행)을 수집하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만의 기준을 지켜나간다.

결국 과거의 행복이 "세상이 인정해 주는 번듯한 조건"을 채워가는 과정이었다면, 현대의 행복은 불확실한 변화 속에서도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돌보는 온전한 여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3. 코로나 이후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고민

여기에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삶에는 깊은 그늘과 숙제들이 남겨졌다. 비대면 기술 덕분에 편리함은 얻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교감하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깊은 고립감과 우울감(코로나 블루)이 전 세대에 퍼져나갔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고, 장기간의 원격 수업으로 인해 교육 격차와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대두되었다. 무엇보다 거대한 재난과 급격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극심한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복잡한 현실을 외면한 채, 맹목적인 믿음이나 가짜 뉴스, 음모론에 쉽게 휩쓸리는 부작용도 커졌다. 눈앞의 불안을 잠재울 확실한 답이 없기에, 현대인들은 더욱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준을 갈구하게 되었다.

4. 책의 주요 내용: 자연법칙부터 인간의 가치까지 28가지 진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과학자의 엄밀함과 인문학자의 깊은 사유를 엮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주를 관통하는 28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 1부 |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기본 상수: 자연법칙과 인간 본성을 다룬다. 우리가 왜 은근히 남의 눈치를 보며 따라 하게 되는지, 겉모습만 보고 타인을 쉽게 배척하는 본능은 어디서 오는지 차분히 짚어본다.
  • 2부 | 삶이라는 미지수, 최적의 해를 찾아서: 끝없는 최적화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이 일상에 파고든 풍경, 누구나 겪는 관계의 불안함,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줄 때의 씁쓸한 고민, 그리고 세상이 뒤숭숭할 때 사람들이 유독 음모론에 쉽게 빠져드는 마음의 기제를 파헤친다.
  • 3부 | 아주 오래된 미래, 아직 오지 않은 과거: 내일을 결정짓는 초기 조건의 힘을 눈여겨본다. 지리적·역사적 조건들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과 민주주의, 국가의 명암을 갈라놓았는지 그 궤적을 살핀다.
  • 4부 | 침묵하는 자연 속 의미를 찾는 인간: 결국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인간의 몫임을 역설한다. 돈이라는 가치의 실체는 무엇인지, 자본주의 속에서 오고 가는 선물에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맛이란 과연 주관적인지 객관적인지 등 침묵하는 자연 속에서 저마다의 의미를 빚어내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5.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읽고 느낀 점

세상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이리저리 치여 마음이 다칠 때, 우리는 쉽게 불안의 늪에 빠진다. 특히 요즘처럼 온갖 자극적인 가짜 뉴스와 정보가 난무하고, 인공지능이 삶의 방식을 뿌리부터 뒤흔들며, 팬데믹 이후의 후유증까지 겹친 시대에는 타인의 평가나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느라 제풀에 지치기 일쑤다.

인간이 삶의 고통이나 뜻밖의 패배를 마주할 때, 그것을 그저 덤덤한 우연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섭리나 음모론에 쉽게 기탁하곤 한다고 꼬집는다. 참 뼈아프면서도 고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진정 합리적인 태도는 닥쳐온 혼란과 실패를 냉철하게 수용하고, 그다음 걸음을 차근차근 다지는 데 있다. 눈앞의 소음에 피로감을 느낄 때, 이 책은 마음의 결을 바로잡아 주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무리하며: 흔들리지 않는 삶의 기준을 세우고 싶다면

거센 변화의 물결과 팬데믹의 상처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화려한 유행이나 최신 기술의 정답을 좇기보다, 잠시 멈춰 서서 "변하지 않는 본질"을 가만히 바라보면 어떨까.

물리학자 김상욱이 건네는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건너가는 우리에게 가장 투박하지만 단단한 지혜를 건네준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내 삶의 진짜 기준을 바로 세우고 싶은 날, 조용히 책장을 펼쳐 '변치 않는 진실'과  마주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