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생 첫째 아들에 이어 2017년생 쌍둥이 아들까지, 연년생에 가까운 삼 형제를 키우며 나의 하루는 눈 코 틀새 없이 바빴다. 밤낮이 바뀐 수유와 잦은 밤샘, 언제 울릴지 모르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긴장하며 아이들 곁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정도였다.
누구나 "아이 키우면서 잠 못 자는 건 당연하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내 몸은 한계치를 한참 넘어 무너지고 있었다. 반복되는 지긋지긋한 방광염과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자율신경계(자율신경 파괴).
단순히 체력이 약해져서, 혹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다 자청의 베스트셀러 《완벽한 원시인》을 읽고 나서야, 내 몸에서 일어난 일들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뇌가 보내는 절박한 생존 경고였음을 깨달았다.
1. 내 뇌는 왜 24시간 '전투 모드'였을까? (진화적 불일치)
《완벽한 원시인》의 핵심 전제는 정확했다. "우리의 유전자는 10만 년 전 사바나의 원시인과 99.9% 일치하지만, 환경은 육아라는 극한의 콘크리트 빌딩 속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10만 년 전 사바나의 원시인이 야간에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 깨어 있어야 하는 상황은 오직 하나, 부근에 맹수가 도사리고 있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위기 상황뿐이다. 삼 형제를 키우며 밤마다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며 '각성' 상태를 유지해야 했던 나의 뇌는, 10만 년 전 맹수 무리 한가운데 고립된 원시인과 정확히 똑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뇌는 이 상황을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여, 당장 생존에 필요 없는 소화 기능, 면역 기능, 호르몬 균형의 전원을 가차 없이 차단해 버렸다.
2. 수면 부족이 방광염과 자율신경을 파괴한 과학적 메커니즘
① 코르티솔 폭탄과 면역계·방광 점막의 붕괴
밤마다 잠을 설칠 때마다 찾아온 방광염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긴 당연한 결과였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뇌의 시상하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 분비한다. 장기간 분비된 코르티솔은 면역계를 조절하는 백혈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게다가 잠을 자는 동안 방광 내벽을 보호하는 점막 세포가 재생되어야 하는데, 수면이 차단되니 점막 방어벽이 무너지고 세균이 쉽게 침입해 염증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밤새 긴장 상태로 자느라 골반저근이 이완되지 못해 혈류가 차단된 것도 한몫을 했다.
② 자율신경 파괴: 교감신경의 폭주와 부교감신경의 마비
자율신경은 자동차의 엑셀(교감)과 브레이크(부교감)다. 삼 형제 육아는 핑계도 한숨도 허락하지 않았다. 엄마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랑이었고 힘들다는 표현보다 감사여서 그때 당시로는 어리광은 허락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언제 깰지 모른다는 공포는 나의 신경계를 24시간 '투쟁-도피' 모드로 고정했다. 교감신경이 폭주하고 부교감신경이 차단되면서 소화불량, 심계항진과 함께 방광과 면역 기관으로 가는 혈류가 막혀 온몸이 '만성 염증 체질'로 서서히 변해 버렸다.
3. 망가진 자율신경과 뇌를 되살리기 위해 시작한 원시적 복구법
의지력으로 이 고통을 버티려 할수록 뇌는 완전히 파산했다. 책의 조언과 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내 몸에 "이제 맹수가 사라졌다"는 안전한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 최소한의 '연속 수면' 시스템 구축: 혼자서 세 아이를 다 케어하며 수면을 회복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과 가족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최소 4~5시간 이상 끊기지 않고 잘 수 있는 수면 환경을 만들었다. 수면이 채워지자 거짓말처럼 방광염의 재발 주기가 길어졌다.
- 아침 햇빛과 '사바나 산책':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나가 최소 15분 동안 햇빛을 받으며 걸었다. 아침 햇빛은 무너진 일주기 리듬을 바로잡고 세로토닌을 분비해, 24시간 폭주하던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최고의 천연 치료제였다.
- 미주신경 자극 호흡법 (생리학적 한숨): 숨을 코로 두 번 연속 깊게 들이마신 후 입으로 길게 내쉬는 호흡을 하루에 수차례 반복했다. 이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급격히 뛰던 심박수가 떨어지고 부교감신경이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밤 시간의 '가짜 위협(스마트폰)' 차단: 아이들이 잠든 새벽, 홀로 남은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며 뇌에 추가적인 자극을 주던 것을 멈추었다. 밤에는 철저히 어둠을 유지해 뇌가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4. 마치며: 나의 탓이 아니었다
방광염과 자율신경 파괴는 내 몸이 약해져서 걸린 병이 아니라, "너무 오랜 기간 온몸을 갈아 넣어 삼 형제의 생존을 지켜낸 영광의 흔적"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나도 이제 나를 돌봐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거는 건강하게 살아가 주는 것일 테니깐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연년생 육아와 수면 부족 속에서 몸의 이상 신호로 고통받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탓하며 의지력을 채찍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뇌와 몸에 '안전함'을 허락하고, 외부 시스템을 빌려 강제로 쉴 틈을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무너진 일상을 되찾는 유일하고도 가장 과학적인 생존 전략이다.
"의지력을 탓하기 전에, 뇌의 환경을 원시 상태로 되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