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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미래을 미리 알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

by bijudreamlog0409 2026. 8. 14.

새로운 지도를 그려가는 가장 창조적인 순간입니다. 정재승글 박비주 쓰다(화선지, 먹,붓)

 

 

살아가다 보면 문득문득 다가올 앞날이 막막해질 때가 있다.

"내일 주식 시장은 또 변동이 있을까"

"이번 주 이달 실적은 달성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커 가는데 벌어서 얼마큼 지원을 해 주어야지 아이들의 미래를 도와줄 수 있을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런 궁금증들은 늘 우리를 짓누르며 묘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만약 영화 속 장면처럼 누군가 나타나 우리의 미래를 100% 오차 없이 맞혀준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홀가분하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저서 《열두 발자국》은 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물음에 대해 뇌과학의 언어로 따뜻한 위로와 해답을 건네준다.

1. 뇌가 유독 미래를 알려고 안달인 이유

  • 생존을 위한 뇌의 본능: 우리 조상들이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건 다름 아닌 '예측 가능성'이었다. 언제 맹수가 튀어나올지, 언제 먹을 것이 동날지 모르는 상황은 곧 죽음을 뜻했기에 뇌는 어떻게든 데이터를 쥐어짜며 미래를 그리려고 발버둥 쳐왔다.
    • 즉, 우리가 앞날을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는 건 고장 난 게 아니라 아주 정상적인 생존 본능이다. 뇌는 예측이 어긋날 때마다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뿜어내며 경고등을 켠다. 반대로 상황이 내 손아귀에 있다고 느껴질 때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쉰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전부 내다보는 삶이 마냥 행복할까? 정재승 교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 다 알면 재미없는 삶과 '도파민의 고갈': 우리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릴 때나 뜻밖의 횡재를 만났을 때 심장이 뛰고 기쁜 이유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때문이다. 이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핵심 조건은 바로 '기대 보상 오차'에 있다.
    •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결과가 훨씬 근사할 때, 혹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마주했을 때 뇌는 엄청난 쾌감을 느낀다.
    • 만약 미래가 완전히 스포일러처럼 정해져 있어서 내가 몇 살에 승진하고 언제 어떤 성공을 거둘지 다 알고 있다면 어떨까? 기대와 현실의 오차가 '제로(0)'가 되어버린다. 뇌는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을 느끼지 못하고, 삶의 의욕과 도파민이 바닥나면서 깊은 무기력의 늪에 빠지게 된다.

2. 일상에 써먹는 뇌과학 단어들

  • 코르티솔: 발등에 불이 떨어졌거나 막막한 상황에서 솟구치는 스트레스 호르몬. 중요한 발표를 코앞에 두고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연락이 안 되는 아이 때문에 손에 땀이 쥘 때 몸이 반응하는 그 물질이다.
  • 도파민: 삶의 의욕과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고마운 보상 호르몬. 기대도 안 한 시험에서 턱 하니 합격하거나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 인생 맛집일 때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기쁨이다.
  • 뇌의 회복탄력성: 엉뚱한 변수를 만나거나 일이 꼬였을 때, 뇌가 스스로 유연하게 방향을 틀어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힘. 처음엔 당황스러워도 시간이 지나며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내는 그 신기한 적응력이다.

3. 막막할 때 뇌를 괴롭히지 않는 의사결정 법

정재승 교수는 앞이 안 캄캄한 세상에서 뇌가 덜 지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마리를 던져준다.

  • 정보는 적당히 끊어내기: 알라딘 책 검색하듯 정보를 너무 파고들면 오히려 뇌가 과부하에 걸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석 마비'에 빠진다. 딱 필요한 선까지만 알아보고 멈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 완벽한 선택이라는 환상 지우기: 세상에 100%짜리 완벽한 선택지는 없다. 중요한 건 어떤 길을 골랐느냐가 아니라, 내가 고른 그 길을 내 손으로 묵묵히 괜찮은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후속 작업이다.
  • 중요한 순간엔 숨부터 고르기: 덜컥 겁을 집어먹는 감정적인 뇌를 진정시키고 이성적인 뇌가 일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리기 전 10초만 깊게 숨을 골라보자.
  • 비상구(플랜 B) 하나쯤 품어두기: 만약을 위한 대비책을 쥐고 있으면 뇌는 상황을 끔찍한 위험이 아니라 '한 판 해볼 만한 게임'으로 받아들여 불안감이 뚝 떨어진다.

4. 일상 속 불안을 덜어내고 뇌를 다독이는 습관

  • 손에 닿는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기: 5년 뒤, 10년 뒤 먹고살 걱정을 미리이고 지고 살면 뇌는 늘 비상사태다. 그 대신 "오늘 물 두 잔 꼭 마시기", *"오늘 책 몇 페이지 읽기"*처럼 지금 당장 내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아주 소소한 과제에 집중하자. 뇌에 칭찬 도장을 찍듯 작은 도파민을 채워줄 수 있다.
  • 계획대로 안 풀려도 그냥 받아들이기: 인생이 내 뜻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가끔은 엉뚱한 변수나 예상치 못한 일탈을 '오늘의 작은 이벤트'로 즐겨보는 여유도 나쁘지 않다.
  • 실패를 데이터로 여기기: 일이 뜻대로 안 풀렸을 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자책하기보다 "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소중한 데이터를 하나 얻었네" 하고 넘기는 태도가 뇌를 훨씬 건강하게 만든다.

머릿속을 스치는 질문들 (Q&A)

  • Q.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할 때 당장 마음을 가라앉히는 뇌과학적 팁이 있나요?
    • A. 가장 빠른 건 깊은 복식호흡이다. 숨을 천천히 길게 내쉬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이 깨어나면서 뇌에게 "자, 이제 안전해"라는 신호를 보내고, 코르티솔 분비를 곧바로 낮춰준다.
  • Q. 매일 똑같이 사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변화를 주는 게 나을까요?
    • A. 뇌가 가장 좋아하는 비율은 '익숙한 일상 80%'에 '신선한 자극 20%'가 섞였을 때다. 평소엔 묵묵히 루틴을 지키되, 주말에는 안 가본 동네를 산책하거나 새로운 장르의 책을 펼쳐보는 작은 변화가 뇌를 반짝이게 만든다.

마무리하며: 불확실함이라는 이름의 도화지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문득 "우리 애들이 앞으로 거친 세상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묵직한 걱정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정재승 교수님의 책을 덮으며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앞날을 알 수 없고 불확실하다는 건, 역설적이게도 우리 아이들의 앞길에 정해진 한계가 아니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미리 길을 닦아놓고 웅덩이를 다 메워주면 아이 뇌가 스스로 일어설 힘을 기를 기회를 빼앗는 셈이다. 결과가 조금 아쉬워도 "과정 속에서 이렇게 고민해 본 게 참 멋지다"라고 다독여줄 때,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도파민을 내뿜으며 부딪혀볼 줄 아는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날 것이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인생이라면, 내일 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느라 오늘을 갉아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오늘 내게 주어진 이 소소하고 평범한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하얀 도화지 위에 저마다의 색깔로 근사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마법 같은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