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단 한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저희 집은 무기만 들고 있지 않은 전쟁터와 같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이와 3학년인 쌍둥이 남동생들까지, 연년생이나 다름없는 남자의 삼형제를 키우다 보니 늘 아이들의 고함도 가득 차 있습니다.
"내가 먼저 잡았다고"
"왜 형만 더 많이 줘?"
"동생들이 내 물건을 망가뜨렸어요?"라는 불평과 투정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서로 조금도 양보하려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다독이다 보면, 저의 잔소리만 늘어놓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이치와 타인을 배려하는 넓은 마음, 그리고 삶을 헤쳐 나가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많은데 정작 현실에서는 감정 노동에 지쳐 아이들과 깊이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무작정 화를 내며 상황을 수습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거려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서점에 들렀는데 제 눈에 들어온 게 <<최소한의 삼국지>>였습니다.
수많은 인간 군상의 선택과 그에 따른 흥망성쇠가 담긴 삼국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삶의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서점을 나왔습니다.
수십 권에 달하는 수많은 삼국지원전을 아이들과 함께 읽기란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어른조차 끝까지 읽기 힘든 수많은 인물과 복잡한 관계도, 낯선 지명과 관직명 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시켜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끝에 최태성선생님의 <<최소한의 삼국지>>가 한눈에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
세 아이를 육아하며 막막했던 제 고민에 대한 지혜와 답을 얻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내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한 줄의 충격과 깨달음
책을 읽어가던 중, 형 양 전투에서 조조가 서영의 복명을 만나 목숨을 잃을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장수 조홍이 보인 결단과 한마디 대목에서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천하에 이 조홍은 없어도 되지만, 조조가 없으면 안 됩니다." p52
적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여 타고 있던 말마저 죽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조홍은 자신의 말을 선뜻 내려놓으며 조조에게 타라고 권합니다. 조조가 이를 거절하자 조홍이 던진 이 한마디는 제 가슴을 강하게 울렸습니다. 사실 조홍이라는 인물은 관우나 제갈량처럼 천하를 흔드는 뛰어난 지략가나 독보적인 무신으로 꼽히는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이 걸린 절박한 순간에 스스로의 안위보다, 공동체의 더 큰 목적과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가장 귀한 목숨을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그 헌신적인 결단력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문장을 마주한 순간,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향했습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나를 낮추고 전체를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지혜를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타인을, 그리고 당장의 이기심보다 더 큰 목적을 위해 자신을 대던질 수 있는 용기가 무엇인지 조홍의 짧은 한마디가 선명하게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능력이 뛰어나고 눈치가 빠른 사람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대의를 알아보고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실한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판을 만든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삼 형제 육아세서 찾은 삼국지와 지혜와 청소년 필독의 이유
저희 집 삼 형제는 저마다 성향이 너무나 다릅니다.
첫째는 책임감이 강하고 다정하지만 승부욕이 지나쳐 패배를 힘들어하고, 둘째는 감성이 풍부하고 섬세한 반면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으며 중립의 역할을 잘 해내며 막내는 규칙과 통제를 답답해합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며 어려웠던 점은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서로를 보완하며 살아가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최소한의 삼국지>>는 이러한 육아의 오랜 숙제를 해결해 주는 열쇠가 되어 주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량, 손권 등 수많은 인물 중 완벽한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유비는 때로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부조해 보이지만 따뜻한 덕성과 인품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었고, 조조는 냉철하고 과감한 능력주의로 세력을 넓혔으며, 제갈량은 치밀한 지략과 철저한 신의로 끝까지 대의를 지켰습니다. 각기 다른 강점과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 영웅들이 서로 손을 잡고, 때로는 대립하면서 난세를 헤쳐 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거대한 인간관계의 현장이자 배움터였습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들이 삼국지와 같은 고전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첫째,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 능력과 포용력-요즈음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매체와 자극적인 미디어에 익숙해져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삼국지 속 다양한 인간군상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지켜보면서 "사람은 저마다 성향이 다르고, 각자의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둘째, 장기적인 안모과 입체적인 문제해결 능력- 눈앞의 작은 이익이나 승부에 집착하다가 결국 더 큰 판을 잃어버리는 수많은 장수들의 실수를 보며, 청소년들은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한 발짝 뒤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배우게 됩니다.
삶의 지표가 되어주는 고전의 힘과 추천의 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이난의 본성과 삶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독서를 통해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수천 년 전 난세 속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겪었던 갈등과 번민, 선택과 실패, 그리고 영광의 순간들은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는 문제들과 정확히 닮아 있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옛날이야기를 지식으로 쌓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앞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이들의 지례를 빌려 오늘 나의 삶을 제대로 비추어보는 단단한 거울을 갖는 일입니다.
자녀에게 고전의 지혜와 인성을 전해주고 싶은 부모님
복잡한 인간관계와 조직 생활 속에서 길을 잃은 직장인
삼국지를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방대한 분량에 포기했던 모든 독자들에게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든든하고 단단한 삶의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
최소한의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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