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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 책 리뷰] 100세 철학자 김형석의 <백년의 지혜> 침묵으로 상대를 대하는 지혜로운 방법

by bijudreamlog0409 2026. 9. 1.

백년의 지혜 김형석 지음(박비주 옮겨 쓰다.)

결혼하고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희 부부 역시 여느 부부들처럼 싸우고 화해하고, 또다시 싸우고 화해하기를 무수히 반복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소모적인 반복을 끊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은 참고, 믿고, 이해해 보려고 참 많이 노력했지만, 이번만큼은 내 마음에 그럴 만한 여유조차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었던 거죠. 그리고 그 고통의 끝에서야 비로소 남이 아닌 나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희 부부는 긴 세월 동안 주기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문제로 참아내다가, 결국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폭발하듯 화를 터뜨리곤 했던 것 같아요. 참 이상하지요. 문제는 늘 그대로이고 남편의 행동도 매번 똑같은데, 왜 항상 나 혼자만 화가 나고 상처를 받는 걸까요? 한참을 씩씩대며 화를 내다가도 시간이 지나 감정이 가라앉으면 '그래, 내가 이해해야지' 하고 어물쩍 넘어가 버렸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의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어요. '나는 왜 매번 원인을 남편에게만 돌리려 했을까?', '화를 내고 그냥 넘어가 버린 내 방식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닐까?' 이번만큼은 무작정 감정을 터뜨리는 대신,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핵심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철학자이자 100세를 넘어 살아오신 김형석 교수님의 글귀 하나가 제 마음을 강하게 울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타인의 배려와 선의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대하는 가장 지혜로운 태도는 바로 '침묵'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나의 서운함과 생각을 굳이 말로 설명하려 드는 순간, 상대방에게는 그저 감정적인 변명을 늘어놓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구절을 읽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번 침묵은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남편을 향한 밉고 억울한 마음 때문이 아니에요. 상대의 당연함 속에서 내 마음이 마모되어 가는데도, 내 감정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한 채 매번 자책하고 넘어갔던 나 자신에게 너무나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그동안 내 인생의 주도권을 남편과 타인의 행동에 전부 내어준 채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나를 맞추다 보면 겉으로는 아무리 평온해 보여도 마음속에는 결국 공허함과 억울함만 쌓이게 됩니다. 남을 변화시키려 애쓰거나 누군가의 이해만을 바라는 삶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내 삶의 핸들을 내가 직접 잡고 주체적으로 서게 되면, 더 이상 타인의 행동에 내 행복을 맡기지 않게 됩니다. 남을 원망하거나 자책하는 대신 내 마음의 경계를 건강하게 지켜내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의 온전한 평정과 자유를 찾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깊은 깨달음을 계기로 저는 김형석 교수님이라는 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졌습니다. 가장 먼저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그분의 연세였습니다. 1920년에 태어나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맑은 영혼으로 글을 쓰시고 강연을 이어가고 계신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거대한 울림이었어요.

💡 김형석 교수님 이력 요약

  •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이자 100년의 삶을 몸소 살아낸 선구자: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고독과 사랑, 인생의 의미를 탐구해 온 한국 현대 철학의 거목입니다.
  • 100세 이후에도 사회와 소통하는 현역 저술가: 100세를 넘긴 나이에도 《백년을 살아보니》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하며 백년의 지혜를 온 사회에 전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흔히 지금을 '100세 시대'라고 부르지요. 올해로 딱 쉰, 인생의 반환점에 선 제 나이 50세를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반평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의 삶에 비추어 보면 저는 이제 겨우 삶의 절반을 통과했을 뿐이더라고요.

며칠간의 긴 침묵을 통해 저는 앞으로 남은 수십 년의 세월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남편을 바꾸려 애쓰거나, 남의 행동에 내 감정의 주도권을 맡기는 삶은 답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제가 도달한 단 하나의 진정한 답은 '주체적으로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어요.

김형석 교수님의 철학적 이념과 앞으로 제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화롭게 연결해 보니, 내가 살아가야 할 인생의 지표가 다음 세 줄로 명확해집니다.

  1. 타인에게 내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내면의 평화를 먼저 지키는 삶
  2. 배려를 당연하게 여겨온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침묵과 절제로 나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삶
  3. 남은 반평생을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라는 역할에만 갇히지 않고, 온전한 '나'로서 성장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삶

혹시 여러분도 반복되는 인간관계나 가족과의 마찰 속에서 홀로 상처받고 계시진 않나요? 그렇다면 때로는 백 마디의 원망보다 깊은 침묵 속에서 나를 먼저 보살펴보시기를 권해드려요.

1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증명해 준 이 귀한 지혜가, 저처럼 인생의 길목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등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밤은 타인이 아닌, 고생 많았던 나 자신에게 따뜻한 안부를 건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