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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떨림과 울림 : 20년 동안 마주한 단골 손님 도심 수로에 나타난 상어, 바다가 보내온 서늘한 경고음 2026년 9월 18일, 평화롭던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수로에 상어가 출몰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습니다. 시민들이 도심 수로에 들어온 상어를 신기해하며 모여드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바라보면서도, 제 가슴 한구석에는 설명하기 힘든 서늘한 불길함과 기이한 경외감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습니다.평소 바다와 환경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가던 제게 이 사건은 단순한 뉴스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해수온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해 있어야 할 곳을 잃어버린 야생의 생명이 도심 한가운데로 흘러 들어온 현실은,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의 면역계가 무너지며 보내오는 이상 신호 앞에, 저는 더 이상 환경 문제를.. 2026. 9. 22.
루시 쿡 《암컷들》을 읽고:남녀의 세계, 그리고 '암컷들'을 통해 돌아본 우리들의 이야기 .아이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찾은 어른들의 유쾌한 울타리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교회 소예배실에 모여 나지막이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던 엄마들이 있었습니다. 오직 내 아이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고운 눈을 트여주고 싶어 시작했던 작은 책 읽기 모임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속에서 아이들은 어느덧 훌쩍 자라 대학에 가고 사회로 독립했고, 모임의 풍경도 자연스럽게 정겨운 변모를 맞이했습니다."이제는 남을 위한 책 말고, 온전히 우리 자신이 진짜 읽고 싶었던 책을 읽자!" 그렇게 시작된 어른들의 독서 모임에 저는 뒤늦게 기분 좋은 온기로 합류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이자 아내가 그렇듯, 우리에게도 일상의 묵직한 중압감을 털어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숨구멍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다섯 명의 엄마들이 모이.. 2026. 9. 19.
<호의에 대하여>호의(好意)라는 이름의 거대한 우주: 김장하 선생님과 문형배 재판관이 건네는 깊은 울림 2023년 늦가을, TV 화면 속 노란 우비의 거인이 전한 울림2023년 11월의 늦가을, 일상의 피로를 안고 무심코 켠 텔레비전 화면에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흘러나왔습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바라보던 평범한 저녁이었지만, 화면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한 노인의 빛바랜 노란 우비와 묵묵한 발걸음은 순식간에 제 가슴을 강렬하게 흔들어 놓았습니다.거창한 선언이나 화려한 수식어는 없었습니다. 평생 한약방을 운영하며 모은 재산을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내어준 진주의 한약사 김장하 선생님의 삶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뿌린 선한 씨앗은 사회 각층에서 제 몫을 다하는 수많은 인재로 피어났고, 대한민국 헌법재판관으로서 엄중한 판결을 내리는 문형배 재판관 역시 그.. 2026. 9. 18.
<<니체의 위버멘쉬>>장사가 안되던 그날,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기로 했다 텅 빈 매장의 적막함, 영업 인생 최대의 최악을 마주하다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대한민국의 자영업 현장은 참담할 정도로 냉각되었습니다. 꼬박꼬박 정해진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들은 체감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 현장에서 내 손으로 손님을 맞이하며 버텨온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요즘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 자체가 기적'인 혹독하고 무서운 계절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수년 동안 운영해 온 저 역시, 제 영업 인생을 통틀어 가장 깜깜하고 암담한 최악의 불경기를 지나고 있습니다.아침 일찍 매장 문을 열고 조명을 밝혀두어도, 온종일 상담 고객이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는 날이 허다합니다. 텅 빈 매장 안에서 바깥 거리만을 무심히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 그것이 요즘 제 일상의 슬프고 아.. 2026. 9. 17.
가을바람과 함께 걷는 강변, 그리고 식물이 들려주는 지구의 비밀:《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리뷰 Q1. 왁자지껄하던 삼 남매의 산책길, 왜 오십의 길목에서야 초록빛 생명들이 보이기 시작했을까요? 유난히도 길고 푹푹 찌던 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옷깃을 스치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찾아왔습니다. 후덕해진 내 몸을 다독이며 홀로 강변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삼 남매가 어릴 적 산책길 풍경이 떠올랐습니다.아이 셋의 손을 잡고 산책이라도 나갈라치면 "집에 가자", "더 걷겠다"며 다투던 아이들을 달래느라 늘 신경질을 내며 돌아오던 전쟁터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훌쩍 자라 각자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을 누리느라 바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덕분에 이제야 온전히 혼자만의 한가로운 강변 산책을 즐기게 되었습니다.집 안은 늘 시끌벅적하지만, 홀로 걷는 강변길에서는 예전에 .. 2026. 9. 16.
[책 리뷰] 숲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엄마가 숲에서 배운 생명의 대화 .황성공원의 푸른 숲길, 아이의 질문 앞에서 막혀버린 부모의 마음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가슴 벅차면서도 문득 조급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거실 벽지를 온통 도화지 삼아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던 아장아장 아기가 훌쩍 자라, 이제는 세상 모든 풍경에 호기심을 품고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내는 시기 말입니다.우리 집 앞에는 넓고 푸른 황성공원이 있어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산책을 가거나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곤 하는 소중한 안식처입니다. 어릴 적에는 그저 킥보드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에너지를 발산하기 바빴던 삼 남매였지만, 조금씩 크면서 공원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그에 비례해 입가에서는 멈추지 않는 질문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엄마, 저기 들리는 소리는 무슨 새야? 새가 슬.. 2026. 9. 16.